Day 1. 24년 11월 10일
타오위안 공항 → 타이페이 메인역
타이페이에 도착했다. 습한 기운이 감돈다.
내 3번째 대만 여행이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여름 교환학생으로, 두 번째는 대학교 여름 교환학생으로 왔었다.
순수하게 여행 목적으로 온 대만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온 대만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졌는지 여기저기에 한국어 안내가 눈에 띄었다.
대만어,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가 있다니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대만을 찾는지 느낄 수 있다.
대만도 관광 산업에 진심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5,000NTD(20만원 상당)의 여행 지원금 또는 숙박 지원금을 추첨으로 주는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을 하면 참가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모두 꽝...
숙소는 타이페이 메인역 바로 근처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페이 메인역까지는 MRT 공항철도로 50분 남짓. 타이페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고, 좁은 골목들이 많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쩐지 홍콩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을 혼합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정기념당
숙소에서 짐을 푼 다음, 중정기념당과 융캉제를 둘러보기로 했다.
중정기념당은 장제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규모에 놀랐다.
10시와 17시 사이 매 정시에 교대식을 볼 수 있다.
우리는 17시 마지막 타임에 맞춰 도착해 바로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며, 10분 정도 소요되는 군인 6명의 칼군무를 볼 수 있다. 정권에 따라서 교대식의 규모는 축소되었다 확대되었다 하는 것 같다.
융캉제
중정기념당에서 융캉제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융캉제는 서울의 성수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샵과 옷 가게, 맛집들이 많아 걷는 재미가 있다.
주지(Zhu zi) 식당
배가 고픈 우리는 먼저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대만에서 첫 끼는 바로 주지(Zhu zi).
포장 주문도 많은 걸 보니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음식점인 듯 했다.
https://maps.app.goo.gl/Nzu382vvekn4rMMx9
특히 갈비튀김 볶음밥이 맛있다는 리뷰가 많아 볶음밥과 우육면을 시켰다.
물을 비롯한 음료와 밑반찬들은 모두 별도로 결제 해야 됐다.
우리는 배가 고픈 탓에 푸드 파이터처럼 접시를 비웠다. 바삭바삭한 튀김과 뜨끈한 국물이 맛있었다.
대만은 습한 기후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다고 한다.
이런 기름진 음식을 주식으로 매일 먹을 수 있는 건 우롱차를 같이 마시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우롱차나 채소류의 밑반찬 없이 대만 음식을 많이 먹기 어려웠다.
약 10년 전에 대만에 왔을 때, 나는 대만 음식 특유의 향신료 향과 맛이 안맞아서 거의 편의점 음식들로 끼니를 때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 음식을 많이 접한 까닭인지 이제는 대만 음식도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 사람은 계속 바뀐다.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해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의 경험이라는 것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되, 거기에 갇혀있지는 말아야겠다.
스무디 하우스
10년 전 친구들이 우육면을 먹을 때 편의점 라면을 먹던 나도 유일하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망고 빙수다.
융캉제에 대만의 3대 빙수집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바로 이곳, 스무디 하우스!
원래 가려고 했던 1관은 공사중으로 2관으로 찾아가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https://maps.app.goo.gl/VnRJVxeygfJRjoZf8
only 현금 결제만 가능했고, 아쉽게도 내가 갔던 때는 망고철이 아니라 냉동 망고를 썼다.
한국의 냉동 망고를 떠올리며 아 맛이 없으려나.. 걱정했지만..
전혀 냉동 망고라는 걸 느낄 수 없었다..!
역시 대만은 망고 빙수의 나라. 부드러운 망고의 과육과 차가운 얼음이 같이 입 안에서 사르륵 녹는다.
덥고 습한 대만 여름철에 먹어주면 삶의 행복을 찾은 것 같은 맛이다.
친구는 원래 망고를 별로 안좋아했는데 여기서 망고빙수를 먹은 후에 자기가 지금까지 먹었던 망고는 가짜 망고였다고 했다.
짱먼(Zhang Men) 브루어리
빙수 한사바리 때리고 간 곳은 크래프트 비어펍, 짱먼(Zhang Men).
https://maps.app.goo.gl/sQB2RgQXvVa8adCY6
맥주를 좋아하는 나와 친구는 여행을 할 때 항상 그 지역에 갈 만한 브루어리가 있는지 찾아본다.
이번 대만 여행도 2개 브루어리를 방문할 예정인데, 그 중 하나가 이곳이다.
내부는 넓지 않은 아담한 사이즈였다.
테이블에는 특이하게 탭 워터가 있어 맥주를 따르는 것처럼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비어펍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다!
맥주 가격은 대만의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메뉴판에 대만어로 쓰여진 맥주 이름을 읽을 수 없어 영어로 적힌 맥주 종류만 보고 선택했다. 나는 Sour IPA와 친구는 English Barleywine으로 시작.
거품부터 합격. 둘 다 정말 맛있었다!
그 다음부턴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 샘플러로.
아니, 여기 진짜 잘하잖아? 우리가 고른 6종 모두 맛없는 게 없었다. 바이젠은 신선한 바나나향이 나고, IPA랑 스타우트는 정석으로 깔끔하게 맛있다. 수제맥주를 좋아한다면 대만에서 여기는 꼭 와봐야 한다. 한국에는 안들어오려나..
특히 가장 도수도 높고, 가장 비싼 Experimental Beer라고 써져있는 맥주가 있었는데, 둘 다 이것을 Top 1으로 꼽았다.
이름은 美梅幾歲(메이메이는 몇살이에요). untappd에는 이 맥주가 Green Plum Beer로 기록되어 있다. 美梅(메이메이)는 여성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여기서 梅가 plum을 뜻한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쿰쿰한 향이 나는데 맛은 밸런스가 잡혀있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아주 독특한 맛이었다. 나는 벨기에의 자연 발효 맥주인 괴즈(Gueuze) 맥주를 떠올렸고, 친구는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까바(Cava)가 떠오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잔을 더 시키고, 다음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이대로 자긴 아쉬워서 숙소 근처 식당 Tim Ho Wan에서 포장한 새우 만두를 안주 삼아 대만 대표 맥주, 18일 맥주를 마시며 1일 차는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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