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봐야지 하다가 놓쳐버린 영화 괴물을 드디어 봤다.
이 영화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장은 미나토 엄마의 시선으로, 두 번째 장은 호리 선생님의 시선으로, 세 번째 장은 미나토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장에서 미나토 엄마의 감정에 공감하며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낸다. 나는 괴물을 찾는다. 두번째 장에서는 범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전히 괴물을 찾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야 비로소 나는 예상치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 괴물은 없었구나.
아이들은 왜 거짓을 말할 수 밖에 없었을까, 선생님은 왜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진실을 말하는 용기 대신 트럼펫과 호른을 연주할 수밖에 없었던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무늘보처럼 공격을 당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요리는 얼마나 모진 것들을 견뎌와야 했을까. 어쩌면 내 주위에도 많은 진실들이 묻힌 채로 있진 않을까. 누군가에겐 내가 괴물로 비치지 않았을까. 내가 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는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다.
영화에서 미나토에게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행복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한다. 행복이 몇몇 사람들에게 특정지어질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누군가에겐 행복이 누군가에겐 불행이 될 때가 있다. 영화에서 이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랑으로 대체될 수 있다. 똑같은 행위가 누군가에겐 사랑이고 누군가에겐 사랑이 아닌 것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다. 행복과 사랑 앞에서 인간은 평등하다. 우리 모두가 온갖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행복하고 사랑할 권리를 가진다.
각본과 연기가 정말 좋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아름답다.